하루는 봉사하던 할머니 댁에서 냄새가 너무 나서 차라리 밖에서 막일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문을 나섰다가 다시 돌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할머니 댁에서 이런저런 일을 도와드리고 나오는데 할머니가 불러 세우시더니 무슨 일인가 하고 의아해 하고 있는 저희 손에 생선과 파를 쥐어주셨습니다. 그러고서는 “빨리 가져가라!”하고 무뚝뚝하게 말씀하시고는 들어가셨습니다. 그때는 몇시간 전의 저희 부족한 모습이 완전히 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먹을 거리를 주신 건 참 감사했지만 속으로는 참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컸습니다.
저희가 봉사를 떠나기 전에는 이분들의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게 주된 활동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가보니 힘 쓸 일이 많았습니다. 작년에는, 전남도청에서 새로 집을 지어줘서 이사를 하는 시점이었는데,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서 저희가 새집으로 이사 가는 일을 도왔습니다. 몇 십년 동안 생활하던 곳에서 옮기다 보니 세간살이가 보통 많은 게 아니어서, 몸이 좀 고단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재정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보니 1인당 하루 식비가 5천원이 채 되지 않아서 활동하던 열흘 동안 늘 배가 고팠던 기억이 납니다. 회사 다니는 졸업생 선배가 저희 일정 중반쯤에 찾아오시면서 아이스크림을 한 봉지 사왔는데, 그날 이후로 저희가 그 선배님의 팬클럽이 되어버렸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