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에서 생활하는 동안 매일 해가 지고 나면 한동인들에게는 교수님들만큼 자주 만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생활관의 간사님들입니다. 95년에 한동이 이 땅에 자리 잡은 이후로 매일 밤 학생들의 생활을 돌보고 있는, 한동의 숨은 버팀목이신 생활관 간사님. 한동in에서는 14년째 학생들과 삶을 나누고 계신 김민정 간사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생각하지도 않았던 포항行
포항에 오기 전까지 저는 원래 방송쪽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97년에 직장인을 위한 B-DTS를 받았는데, 과정이 끝날 무렵에 아웃리치를 가기 위해 사표를 썼습니다. IMF 사태로 방송계로 돌아가지는 못하고 3주 동안 기도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날 어느 선배가 전화가 왔어요. 대뜸 "너, 한동대에 간사로 가볼 생각이 없니?"하더라구요. 그렇게 지원서를 내고, 이듬해 2월에 포항을 내려 오게 되었다. 처음 포항에 올 때는 3년 정도 생각했었는데, 그게 벌써 14년째가 되었네요."
나의 간구를 들으시고 채워주시는 하나님
연고도 친구도 없는 포항에 와서 처음에는 좀 힘들고, 외롭기도 했어요. 그래서 하나님께 제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 2명을 달라고 기도했는데, 그 학기가 지나고 나서 보니 그때 생활관 행정요원(민정원.96)과 층장(이숙희.97)이 제게 그런 존재였어요. 이 친구들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기도하고, 밤새 함께 울기도 하면서 깊은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내가 필요한 것을 간구할 때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채워주시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에 항상 후배들을 몰고 다녔어요. 늘 동생들을 거느리다시피 했었지요. 대학시절에는, CCC에서 순장도 했었습니다. 포항에 내려 온 지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CCC 시절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제 생활을 나누었더니 그 친구가 대뜸, "순장님은 지금 자기 천성에 딱 맞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구요.
매 학기 방배정을 할 때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참 재미있어요. 한동에서 '방'이 가진 의미가 학생들에게는 정말 크잖아요. 이 친구들이 한 학기 동안 살게 될 곳을 들여다 보면서, 여기서 누가 어떻게 살 게 될 지를 살펴보는 것이 제게는 큰 기쁨입니다. 한 학기 동안 만날 학생들을 기대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지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
10년 넘게 간사로 섬기면서, 하나님이 저를 정말 잘 알고 계심을 깨닫습니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저는 잘 몰랐지만 하나님께서는 알고 계셨고, 또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그 길로 인도하셨음을 알게 됩니다. 한 자리에서 14년째 일하고 있지만, 하나님께서 끊임없이 나에게 새롭게 도전하시고, 또 나를 새로운 곳으로 인도하시는 느낌을 받습니다. 매 학기 제게 맡겨지는 학생들이 다르고, 또 제가 담당하는 생활관도 바뀝니다.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이슈가 생기고 때로는 처음 겪는 어려움이나 과제를 맞닥뜨리기도 하거든요.
[10여년전, 김경회 생활관장님과 함께]
학생들의 영혼을 돌보는 일의 가치, 그 무한한 감사와 기쁨
생활관에서 간사로 일하면서, 영혼을 돌보는 일의 가치를 알게 되었어요. '학생들의 영혼을 일대일로 대하면서 그들과 말씀을 나누고 삶을 나누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면서 영혼을 돌보는 기쁨을 알게 되고, 이 일에 큰 보람과 감사를 알게 하셨습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과 인격적으로 만나고, 또 이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면서 동시에 학생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우는 지금의 삶이 즐겁습니다. 지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답니다. 가끔은 그래서 나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어요. 생활관에서 야간 근무를 마치고 흥해의 5층 아파트까지 계단을 걸어 오르다가 혼자서 너무 좋고 즐거워서 웃기도 할 때도 있어요.
생각해보면 저는 학생들에게 사랑과 격려를 참 많이 받았습니다. 국제호관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어요. 축제 기간이었는데, 98학번 김아람이 자꾸 전화를 해서는 밖으로 나오라고 재촉을 해서 현관을 나섰는데, 한동 챔버가 와서 음악을 연주 하고 있고, 학생들이 장미 꽃을 안겨주며 노래를 해줘서 감동의 눈물을 펑펑 흘렸던 기억이 난다.
한동, 하나님께서 나를 들어 쓰시는 곳
돌이켜 보니 20대 후반부터 시작해 30대의 전부를 생활관에서 보내고 있네요. 어떻게 보면 제 청춘을 한동과 함께한 셈입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저를 통해 우리 학생들을 어루만져주시는 느낌을 받을 때,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통로가 되는 자리에 있다는 것이 참 기쁘고 감사하답니다. 그리고, 제가 만나는 학생들에게 좋은 간사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 앞에서 항상 바로 서 있어야 하기에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게 된답니다. 하나님의 대학 한동대학교. 이곳에서 하나님께서 그리시는 한동의 모습이 이루어지기까지 저를 들어서 쓰임 받게 하신다는 생각에 늘 감사하고 행복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