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학교 졸업 이후 자신의 적성과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동문이 있습니다. 약 8년간의 기자 생활을 뒤로하고,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에서 또 다른 도전을 결심한 김아영 동문(경영경제학부, 10학번)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동대학교 10학번 졸업생 김아영입니다. 경영학, 상담심리학을 전공했고, 약 8년간의 방송기자 생활을 끝내고 지금은 여행 작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먼저, 방송기자라는 직업을 꿈꾸게 되신 계기와 기자가 되시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사실, 대학 시절에는 방송기자를 꿈꾸지 않았습니다. 말하는 직업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을 뿐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들었던 PPT 수업이 계기가 됐습니다. 학기 마지막 수업을 듣고 강의실을 나오는데 교수님께서 저를 붙잡았습니다. “네가 발표하는 것을 보면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게 보인다. 언젠가 그 재능을 사용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교양 수업이어서 개인적으로 잘 알고 지내는 교수님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잘하는지 저 스스로 잘 알지 못하고 위축돼 있던 때에, 교수님의 한 마디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날 들었던 한 마디를 4년 내내 마음 속에 품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학 생활 4년만으로는 어떤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굳히기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알려면, 그 일을 직접 해봐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4학년이 됐을 때, 저 또한 다른 경영학과 학생들처럼 일반 기업 여러 곳에 지원했습니다. 한 곳에서 합격 통보가 왔습니다. 대한항공 국제선 승무원 자리였습니다.
여행을 좋아했던 제게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시작했던 일이기에 아쉬움도 컸습니다. 유일하게 저 자신에 대해 분명하게 깨달은 게 있다면, 설득력 있게 말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재능이 있다는 것인데 그걸 발휘하기에는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한계가 있었습니다. 약 8개월 동안의 근무를 끝으로 퇴사를 결정했고, 다시 취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2017년 3월, 강원민방에 방송기자로 입사했고 2019년 7월에 MBC로 이직했습니다.
Q. 방송기자의 가장 큰 메리트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MBC에서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부서가 스트레이트팀입니다. 7주 동안 30분짜리 탐사보도를 준비하는데, 2분 정도인 뉴스데스크 기사를 쓸 때보다 취재 양이 훨씬 많습니다. 제 경우에는 한 편을 만들 때 20명이 넘는 분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그 중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섞여 있습니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한 시간 넘게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제가 기자가 아니었다면 어느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경험을 쌓아온 석학들을 이 정도로 많이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제가 기자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분들에게 궁금했던 것을 얼마든지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눈도 넓어졌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마음껏 만날 수 있다는 것, 기자라는 직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기자로서 선배님만의 직업적 가치관은 무엇이었나요?
기자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최종적인 판단은 시청자들이 하게 됩니다. 판단을 돕기 위해서는 사실이 충분하게 담겨 있어야 합니다. 기자들의 하루가 바쁜 이유입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분명히 체력적으로 지치는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뉴스는 매일 나오고, 매일 새로운 내용을 취재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지쳤다고 해서 대충 기사를 쓰게 되면 사실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들어가지 말아야 할 문장이 들어갈 수도 있고요.
그래서 긴장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 그것이 매일의 숙제였습니다. 가치관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 것 같지만, ‘사실만을 전하자’라는 생각이 하루 일과의 시작과 끝에 있었습니다.
Q. 한동에서의 가르침이 기자로 활동하실 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지난 7년 반 동안 수많은 기사를 쓰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이 있다면, 약자를 도울 수 있을 때였습니다.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어두운 곳을 비추는 일을 기자들은 할 수 있습니다. 기자들이 카메라 렌즈를 비추는 방향으로 세상의 시선도 향합니다. 때로는 그 책임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보람찬 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학교 다닐 때, 세상의 소금이 되고 빛이 되자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는 그 말을 한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차가운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다보니, 어느 순간 남을 위해 살겠다는 생각이 저 멀리 달아나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자 생활을 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 때가 있었습니다. 기자가 아니었다면, 아마 모르고 살았을 세상의 단면들을 봤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 뒤부터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저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선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 돼야겠다는 마음을 심어준 것, 그 자체만으로도 한동의 가르침은 의미 있었습니다.
Q. 8개월간의 승무원 생활, 약 8년간의 기자 생활을 이어 오시다가 현재는 또 다른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되셨어요. 계속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그렇게 결심하게 되신 이유가 궁금해요!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는 일을 찾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에서 큰 수확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 생각하기에 기자 일은 잘 해낼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하는 내내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즐겁게 열정을 쏟아부을 때도 있었지만, 힘든데 억지로 해낼 때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스스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삶이라는 게 유한한데, 주어진 시간을 단순히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사는 게 조금은 헛헛하기도 했습니다. 목표로 삼고 달릴 수 있는 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취업준비생 때 제가 가졌던 꿈이 적성을 살린 취업이었다면, 지금은 그동안 쌓은 실력을 살려서 좀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 에세이 출간 제의를 받았을 때, 그래서 참 기뻤습니다. 저는 글 쓰는 일을 즐깁니다. 7년 반 동안 해왔던 기자 일도 글을 쓸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즐기면서 잘 해낼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는데, 여행 작가라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자 일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둘 다 병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드니까요.
하지만 방송기자는 제가 애착을 갖고 열심히 임했던 직업입니다. 만약 여행 작가가 될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저는 계속 방송기자를 했을 겁니다.
Q. 현재 선배님께서 운영 중이신 ‘아융그’ 유튜브 채널을 보면, 단순 여행 리뷰가 아니라 그 나라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시는 것 같아요. 해당 영상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카페는 단순히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닙니다. 여행자들에게 카페란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생각을 알 수 있는 공간입니다. 바리스타나 옆에 앉은 손님과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를 알아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에게 있어서 카페라는 공간은 그 나라를 들여다보는 안경입니다. 그래서 제 영상 속에는 꽤 자주 소통하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또한, 여행 작가로서는 제 글을 읽고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고, 치유되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Q.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런 말씀드리면 이상하게 느끼실 수도 있지만, 저 또한 진로를 아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은행원으로 약 30년을 근무하고 정년 퇴직하신 저희 아버지도 은행원이 자신에게 꼭 맞는 일이었다고는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인생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조금 더 잘 맞는 일을 찾게 되면, 도전은 선택지가 됩니다. 기존에 하던 일을 버리고 그 일을 선택한다면 도전이 되는 것이고, 하던 일을 계속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도전이 늘 옳은 것만은 아니니까요. 어떤 학생은 20대 초반에 자신의 적성을 깨달을 수도 있겠고, 어떤 학생은 30대 초반에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적성을 깨달았다고 해서 바로 문이 열리는 것도 아닙니다. 학교는 열심히 공부한 성적으로 들어왔지만, 직장에 들어갈 때는 운도 무시하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졸업할 때까지 진로를 제대로 설계하지 못했다고 해서 조바심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도 승무원으로 근무했던 만 24살에는 30대에 여행 작가가 돼 있을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실제로 그 일을 해보기 전까지는 내가 잘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습니다. 마음이 원하는 일이 있다면, 꼭 도전해보시되, 그게 안 된다면 차선책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어떤 말들을 하겠지만, 결국 인생은 본인이 사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후회를 남기지 않게 최선을 다하시고, 결과가 나오면 그것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퍼즐을 맞춰나가시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이기에, 모두가 가는 길이라고 해서 갈 필요는 없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